연극 '신파의 세기'…'이순신'을 튀르키예 여성이 맡았다고?

입력 2023-11-27 18:29   수정 2023-11-28 01:08

연극이나 영화에서 ‘신파’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예술성보다는 대중적인 취향에 부합하는 작품이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뜬금없이 감동적인 요소를 집어넣은 작품에 이런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서울문화재단이 제작한 연극 ‘신파의 세기’는 신파극을 풍자하면서도 스스로 신파극이 돼버린 독특한 연극이다. 이 작품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정진새(사진 왼쪽)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창작자로서 신파는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그 맥락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흥행한 것도 신파를 적절히 녹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적당한 신파는 서사에 힘을 실어주고 대중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새는 특유의 유머가 담긴 공상과학(SF) 연극 등으로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 동아연극상 희곡상 등을 받은 작가 겸 연출가다.

이번 작품에도 기발한 상상력을 담았다. 중앙아시아의 한 신생 자립국이 해외의 우수한 대중문화를 도입하는 30억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입찰에 붙이는데, 한국의 ‘국립현대극장’이 신파극을 들고 참여한다는 내용이다. 최종 후보로 한국의 신파극과 K팝, 브라질의 삼바 등이 경쟁을 펼친다.

극중극 형식으로 신파극을 풍자한다. 극중에서 외국인으로 구성된 이른바 ‘신파 트리오’가 영화 ‘국제시장’ ‘명량’ 등 기존 영화를 패러디한 신파극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트리오 중 한 명인 배우 베튤은 극중극에서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았다. 베튤은 튀르키예 출신으로 어릴 때 이민 와 한국어에 능통한 20대 여성 배우다. 베튤은 “외국인 여성이 이순신 역할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깬 연극이란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황당한 설정으로 주로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이지만, 때때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정진새는 “극중극 바깥에서 일상적인 연기를 할 때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눈물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이 상당히 신파적”이라며 “신파를 비판하면서 스스로 신파가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서울 동숭동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28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열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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